종이를 나온 그림 

2024.3.15. - 2024.3.31.





종이를 나온 그림 (Figures Coming to Life)
이미나 개인전

갤러리 필로소피
2024.3.15 – 3.31

갤러리 필로소피는 3월 15일부터 이미나의 개인전 <종이를 나온 그림>을 개최한다. 회화 작업을 주로 선보여왔던 그녀의 첫 조각전이다. 캔버스 속에서 납작하게 웅크려 있던 동물들이 입체감 있는 모습으로 화면 밖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작가는 지난 가을부터 도자기 작업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 2차원의 그림과 3차원의 조각이 가지는 가장 큰 차이점은 아마도 시간이 부여하는 부피감일 것이다. 흙이 손 안에서 돌며 모양이 잡히고, 불 속에서 구워지고, 유약을 뒤집어쓰며 또 한번 단단해진다. 작가는 이 과정에서 그림과는 또다른 창작의 단계들을 경험했을 것이다. 그녀는 이것이 마치 그림 속에서 형태를 꺼내는 작업 같다고 말한다. ‘종이를 나온 그림’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유다.

조용히 만지는 것이 요새 가장 즐거움이다. 말랑한 흙이 열과 압축을 며칠간 받아 나오면 물성이 완전히 달라져 버린다. (중략) 입체인 작업이 그림 같다. 캔버스에 손을 넣어 만져지는 동물의 , , 퉁퉁한 엉덩이, 오무린 발을 주물럭대다가 손에 힘을 줘서 영차 하고 공간으로 뽑아내는 작업 같다. 어떤 작업은 평면에 넓게 펼쳐지고 어떤 작업은 공기 중으로 펼쳐지면서 그림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 -작가노트

우리 인간이 동물을 본다고 생각하는 시간 동안 사실 그들은 더 오래, 더 자세히 우리를 바라보고 있을 때가 많다. 어쩌면 그들이 우리에 대해서 훨씬 더 많은 것들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이미나 작가는 유능한 관찰자이며 탁월한 이야기꾼이다. 인간의 입장에서 동물들을 판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풀숲 사이에 몸을 숨긴 여우처럼, 그녀는 늘 고요함 속에서 동물들을 바라본다. 그리고 관찰의 결과를 작품과 스토리로 보여준다. 조용한 시간 속에서 다양한 감각을 통해 흡수된 장면들은 그녀의 작업 속 서사가 되어 있다.

동물들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긴장감, 사소하지만 확실하게 기분이 좋아진 순간들, 무방비 상태로 잠들어 있는 자세, 따뜻하고 꼬릿한 냄새. 작지만 감정과 감각들로 꽉 찬 그녀의 도자기 작품들에 얼굴을 가까이 갖다 대면 따뜻한 숨을 내뿜을 것만 같다. 열기를 견뎌내고 시간으로 빚어진 이 조각들이 관객들에게 봄날의 따스함을 전해주기를 바란다.